원전의 '약한고리' 사용후핵연료
양철민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원자력발전은 높은 발전 효율 및 안정적 연료 수급 등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국의 ‘자원 무기화’ 추세가 강화되며 원전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은 원전사고 가능성 외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이슈를 문제로 지적하며 ‘탈원전에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전 전문가들은 우선 원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이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로 곤욕을 치렀던 옛소련이나 일본 원전과 달리 한국 원전은 모두 ‘가압수형’으로 건설돼 사고 가능성이 적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원자력발전을 이용해
탄소중립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 IAEA
문제는 사용후핵연료다. 핵분열 후 남은 핵연료는 300년 이상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잘못 보관할 경우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도입이 꾸준히 논의되는 것 또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정부는 이 같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영구처분장 건설로 2060년까지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미국 등 해외 업체와의 기술 제휴도 추진할 방침이다.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 한국수력원자력
정부는 영구처분장 건설을 위한 세부 로드맵을 이미 마련한 상태다. 해당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관련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내년부터 2060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R&D 프로젝트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안전 관리에 필요한 운반·저장·부지·처분 분야 104개 요소 기술 및 343개 세부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04개에 달하는 관련 요소 기술 중 22개는 국내 기술로 확보했으며 49개는 개발 중이다. 정부는 빠른 기술고도화로 사용후핵연료 처리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고준위 방폐물 기술 확보에 4000억 원을 투자한 데 더해 향후 R&D에 9000억여 원,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에 4936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2036년까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부지를 확보하는 한편 2043년 핵폐기물을 임시저장할 중간시설 확보 작업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기술 확보를 통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핀란드는 지하 405m 암반에 100여년치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영구처분시설을 2025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2030년 경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네바다주와 뉴멕시코주에 중간저장 시설을 확보한 후 영구처분 시설 부지 선정에 나설 방침이며 프랑스는 이미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스위스와 캐나다 또한 조만간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올킬루오토에 건설 중인 세계 최초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시설인 ‘온칼로’ 공사 현장. © Posiva
핀란드, 프랑스 등 해외사례를 교훈삼아 국내에서도 원전의 가장 ‘약한고리’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법을 찾아가면서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