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 프랑스 사례로 살펴보기
- 탄소중립, 세계에서 배운다 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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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이제 에너지 산업의 변화를 넘어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적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탄소 순 배출 ‘제로(0)’ 달성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긴밀하게 작용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환경-산업’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세계 최초 실용화, 스위스의 그린수소 밸류체인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543935496 ② 청정의 땅 뉴질랜드, 그린수소 생산국을 꿈꾼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66037331 ③ 스웨덴, 세계 최초로 탈석유화를 선언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687132402 ④ 중동 산유국도 ‘탄소중립’ 선언,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믹스 변화는 진행 중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708020985 |
프랑스는 2015년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의장국으로서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 wikipedia
EU 소속 국가 중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프랑스는 남북으로는 지중해부터 북해까지, 동서로는 라인강과 대서양에 맞닿아 있습니다. 17세기부터 유럽의 문화 중심지였고, 1789년 시민 혁명 이후에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프랑스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에너지 부문의 조화로운 발전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데요, 그 결과 주요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평균 이하를 기록할 만큼 에너지 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국가의 GDP 대비 CO2 배출량 추이. 프랑스는 유럽연합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IEA
‘원자력 발전’으로 ‘에너지자립’·‘기후변화 대응’
프랑스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2005년 제정된 ‘에너지정책 기본방향에 관한 계획 법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부족한 에너지 자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국가 주도의 원자력 기술 자립을 최우선으로 진행했는데요, 이러한 방침 덕분에 화석연료 자원의 빈곤에도 불구하고 2015년 기준 56%의 에너지 자급률을 달성하였습니다.
이후, 프랑스는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전환법’을 새롭게 제정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2015년에 제정된 이 법의 목적은 화석연료 감소, 에너지원의 다양화, 에너지 효율 증대입니다. 2021년에는 300억 유로 규모의 미래산업 육성 투자 계획인 ‘프랑스 2030’을 추가로 발표하며 탈탄소 프랑스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5년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에너지 키워드는 ‘원자력 에너지와 그린 에너지의 조화’입니다.
원자력 의존도 70%에 달하는 프랑스,
원전 세대교체와 후처리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
사실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프랑스의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는 미국 19.7%, 러시아 20.6%의 3.5배에 가까운 70.6%에 달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큰 틀 안에 원자력을 필수 요소로 넣어두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기술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도인데요,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유럽 내에서 인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국가가 된 것은 원자력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프랑스는 원전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전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1960년대부터 원자력으로 전력 생산을 시작했으며, 초기 원전 도입국인 만큼 13기에 해당하는 원전이 영구 정지된 상황입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을 통해 원전의 세대 교체와 후처리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개발한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uropean Pressurized Reactor, EPR)’가 있습니다. EPR은 초기 건설비 및 운전 유지비가 기존의 원전에 비해 적게 소요되는 장점이 있으며, 안전을 위한 다중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중대 사고 발생시 핵연료의 용융물을 포집할 수 있는 설비가 추가되어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영국 힝클리에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 모델을 적용한 원전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 EDF
원전 후처리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도 상당히 진행된 상황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방사성핵종(radionuclide)의 반감기는 수억 년에 달해 방사선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는 모든 원자력 발전국이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의 주도로 다양한 후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1단계 목표는 지하 500m 깊이에 15㎢ 면적의 영구처분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2035년부터 방사성폐기물 저장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2150년까지 이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2단계 목표입니다.
방사성핵종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노출되지
않도록 100m 이상의 단단한 암반에 영구처분하게 됩니다. © 동아사이언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도 독특합니다. 원전에서 사용한 연료봉은 원전 수조에서 2년 이상 보관한 후 재처리 시설로 보내게 되는데요,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각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프랑스는 폐연료봉을 식히고, 잘라 재사용할 수 있는 연료와 찌꺼기로 분류하여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약 1/5 줄이고, 독성을 1/10만큼 낮출 수 있습니다.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프랑스의 수소에너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생산을 위한 투자도 함께 지속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지상 풍력 발전소 규모를 3배 늘리고,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을 5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2021년 7월 제정된 ‘환경과 회복(Climat et Resilience)’법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화석연료 사용을 촉진하는 광고 금지 및 상업 건물의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 등을 법제화 했습니다.
특히, 탄소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주력하는 에너지 분야는 수소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산업용 수소와 자동차용 수소, 저장용 수소 등 수소 에너지를 세분화하여 각각의 목표를 설정하고 수소에너지 도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2020년 9월 청정 수소 국가전략을 발표하여 10년간 수소 관련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70억 유로의 재정을 투입하는 한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너지 기업, 토탈 에너지도 수소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요. 토탈 에너지는 100MW급 태양광 발전기로부터 전기를 받아 매일 15톤의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2024년까지 마르세이유 인근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탈탄소 수소에너지 국가 전략 개요> © KOTRA 파리 무역관
산업 분야에서는 화석연료를 탄소 배출량이 적은 수소 에너지로 전환하고, 수소 에너지 사용량도 함께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실행 중입니다. 2020년에는 국토 수소 허브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산업과 모빌리티 분야에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2021년에는 수소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에 15억 유로를 투자하였습니다. 또, 녹색, 회색 수소 에너지로 구분하던 체계를 일반화하여 기업과 일반 소비자가 수소에너지의 종류를 이해하기 쉽도록 개편하였는데요, 재생에너지만 사용하여 만든 수소는 ‘재생 수소’로, 화석 에너지를 이용했지만 탄소를 걸러내 탄소배출량을 낮춘 수소는 ‘저탄소 수소’로, 그리고 천연가스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수소는 ‘탄소 수소’로 구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주로 디젤 연료에 의지하는 철도 분야에서의 CO₂ 배출량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수소 기차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 알스톰
더 안전한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수소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늘리기 위한 프랑스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탄소 제로를 위한 프랑스의 다양한 시도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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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프랑스의 미래 에너지로 부상하는 수소에너지 산업_KOTARA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pageNo=10&pagePerCnt=10&SITE_NO=3&MENU_ID=180&CONTENTS_NO=1&bbsGbn=243&bbsSn=243&pNttSn=192310&pStartDt=&pEndDt=&sSearchVal=&pRegnCd=&pNatCd=&pKbcCd=&pIndustCd=&pHsCode=&pHsCodeNm=&pHsCdType=&sSearchVal=
프랑스의 에너지전환법 제정과 향후 전망_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센터
프랑스, 2050년 탄소배출량 제로 정책 시행_투데이 에너지
http://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40463
2021년 프랑스 신재생에너지 산업 정보_KOTARA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200&CONTENTS_NO=1&bbsSn=403&pNttSn=190784
'원전 후처리' 기술 한발 앞선 강국_한국경제TV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KR20211128004000081
“원전이 미래” 115년간 쓸 방폐장 짓는 프랑스_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1/11/29/YOJGONVGMRGBHD6M4ID3REZI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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