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아닌 ‘산수국’의 시대 온다,
호주와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협력
호주와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협력
캥거루와 코알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으로 유명한 호주는 대표적인 천연자원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중국으로부터 촉발된 세계 에너지 공급위기 역시 호주가 중국으로의 석탄 수출을 제한하며 발생한 것이죠. 그런데 이런 호주의 새로운 수출 자원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수소’입니다.
수소는 ‘미래의 에너지 화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전방위적인 ‘전기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전기는 저장하기도 어렵고 전선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거래할 수 없어서 전기에너지를 ‘보관하고 운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전기에너지를 여기저기서 거래하고 비축해둘 수 있도록 ‘에너지의 화폐’가 필요한 것이지요. 수소는 전기분해를 이용해 바로 만들 수 있고, 운반과 저장이 비교적 자유로우며, 연료전지를 이용해 간단하게 전기화할 수 있기에 전기를 주고받는 화폐로 적합합니다.
호주는 국토가 넓고 수자원이 풍부해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이 용이하다는 이점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미래의 에너지 화폐를 선점하려 합니다. 호주 국립지질자원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토 면적의 11%(872,000km)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그린수소’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다고 나타날 정도지요. 이에 호주는 지난 2018년 이미 ‘국가 수소 로드맵(National Hydrogen Roadmap)’을 발표하는 등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상정하고, 본격적인 수소경제 구축에 나섰습니다.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 공급과 분배까지 호주 수소 산업 전반을 정리한 개념도입니다. ⓒ 가스신문
생산, 수송, 충전… 다양한 방식으로 수소경제 이끈다
대표적인 것이 뉴사우스웨일스주 켐블라(Kembla)항 수소 충전소 도입 프로젝트입니다. 기존 수소플랜트 근방에 대규모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고, 수소 트럭을 도입해 물류·운송 부문 탄소절감에 기여한다는 방침입니다. 투자사인 코어가스(Coregas), 하이존모터스(Hyzon Motors) 사는 오는 2022년 상반기까지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켐블라항에서는 기존 수소플랜트 근방에 대규모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고, 수소 트럭을 도입해 물류·운송
부문 탄소절감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한창입니다. 사진은 켐블라항에 위치한 수소플랜트 모습. © Coregas
남호주에 위치한 ‘크리스탈 브룩 에너지 파크(Crystal Brook Energy Park)’는 약 5억 호주 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신재생 수소 복합 프로젝트입니다. 풍력·태양광 에너지 생산설비와 대규모 리튬이온 배터리 저장장치 등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50MW 수전해 장비를 활용해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는 그린수소를 하루 25,000kg 가량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탈 브룩 에너지 파크(Crystal Brook Energy Park)는 약 5억 호주 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신재생 수소 복합 프로젝트입니다. 50MW 수전해 장비를 활용해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는
그린수소를 하루 25,000kg 가량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 Crystal Brook Energy Park
수소에너지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서는 생산, 저장만큼이나 ‘수송’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를 위해 주로 활용되는 것이 천연가스망인데요, 이를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를 운송할 수 있습니다. 기존 천연가스 망에 부피당 5~10% 수준의 수소를 혼합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2021년 5월부터 공식 운영 중인 남호주 수소 프로젝트(HyP SA)가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 이를 통해 애들레이드 미셀 파크(Mitchell Park) 지역 내 700가구에 수소를 차질 없이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공급되는 수소는 지멘스(Siemens)사의 수전해 장치를 통해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것입니다.
호주 수소경제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이렇게 호주의 수소경제를 이끌어 가는 수소 프로젝트 및 인프라 구축/활용 사례는 2021년 8월 기준 총 65건(개발 49건, 건설 10건, 운영 6건)에 달합니다. 이에 호주의 풍부한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활용하고, 관련 투자 및 사업 진행을 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기존 천연가스망을 활용해 수소 수송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미셀 파크 지역으로
공급되는 수소·천연가스관의 모습. © KOTRA 멜버른무역관
특히 한국가스공사는 작년 ‘호주 청정수소 프로젝트 발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이래 직접 호주 현지 19개 기관 및 호주 정부 관계자 등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관련 산업 활성화에 한창입니다. 6차례에 걸친 현장 방문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죠.
우리나라 기관들이 호주의 수소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래에는 에너지 거래가 수소의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금 석유나 석탄이 국제 시장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죠.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너지 공급을 둘러싼 세계 정세가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미래의 에너지 화폐인 수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방법을 미리 찾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수급은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니까요.
한국가스공사는 2030년까지 국가 해외 그린수소 확보 목표 물량의 약 절반(51%)인 100만t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그린에너지 경쟁, 호주와의 협업을 통해 ‘수소 공급망 확보’라는 필수 미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 : 호주 수소경제 동향 및 우리기업 협력 방향 - KO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