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녹색 건축 ③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환경 단체의 친환경 빌딩 ‘오듀본협회 본부’
‘뉴욕’ 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민자들에게 신천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그 외에도 ‘센트럴 파크’, ‘록펠러 센터’, ‘브루클린 다리’ 등 수많은 랜드마크가 뉴욕에 자리잡고 있죠.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700 번지에 있는 국립 오듀본 소사이어티 전 본부
‘오듀본하우스’ © National Audubon Society
그중에서도 뮤지컬과 연극의 성지 브로드웨이는 뉴욕을 들렀다면 놓치지 말아야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근처에 있는 타임스 스퀘어도 빼놓을 수 없죠..
브로드웨이를 걷다 보면 미국 역사의 절반을 함께 걸어온 건물을 하나 만날 수 있는데요. 바로 국립오듀본협회 본부 빌딩(National Audubon Society Headquarter Building)입니다. 겉모습만 딱 봐도 뭔가 미국 역사 일부가 한껏 묻어 있는 느낌이 드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 주인인 오듀본협회는 1905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 중 하나입니다. 조지 버드 그리넬(George Bird Grinnell)이 조류 화가 존 제임스 오듀본(John Jame Audubon)의 이름을 따서 만든 협회로 조류를 비롯한 야생 동물의 건강한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환경단체입니다.
오듀본협회 본부는 무려 1989년에 건축한 건물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협회가 100년 넘게 꾸준하게 본부로 활용하면서 세기를 넘어서 보전되고 감각적인 브로드웨이 예술혼의 일부로 우뚝 서 있습니다.
이 건물이 의미 있는 이유는 세기를 넘는 시간을 미국 중심지 뉴욕과 함께 해왔다는 것에 더해 리모델링을 통해서 환경과 운영비용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 사례라는 점입니다.
오듀본협회는 이 건물을 1990년부터 1992년 동안 약 140만 달러를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환경단체 본부인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으면서 환경에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습니다. 100년이 넘도록 간직한 품위와 명예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외부는 최대한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리모델링된 오듀본 하우스 실내. 100년 넘은 건축물이지만 실내는 친환경 기술로 알차게 채워졌습니다.
© National Audubon Society
에너지 절약, 오염물질 방출 저감, 자원 절약과 재활용, 실내 환경 개선의 4가지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요. 먼저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히터와 냉각장치를 설치해서 염화불화탄소(CFCs)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배출이 기존 뉴욕시 건물들 보다 현격히 줄였습니다. 자재 역시 최대한 재활용해서 천연자원을 보존했고 빌딩 내에 자체 재활용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을 사용하지 않은 내장 페인트를 사용하고 염색하지 않은 카펫을 깔아서 건강한 실내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거기다 재활용 시스템으로 종이를 비롯한 사무실 폐기물 80%를 수집하고 재활용하게 됐고, 천연 물질과 재활용한 물질이 포함된 재료를 리모델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널리 홍보하는 효과까지 거뒀습니다.
협회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내장재를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듀본하우스 내부에는
목재와 같은 자연적인 재료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 National Audubon Society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오듀보협회 본부는 뉴욕시에 있는 기존 사무 빌딩보다 62% 이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매년 약 10만 달러를 아끼게 된 겁니다. 그러자 미국 내에서 이 건물을 본받아서 사무소 건물을 환경 친화형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그린빌딩 협의회(US Green Building Council)의 발족도 오듀본협회 사례에서 비롯되었을 정도로,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사례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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