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미래 에너지로 부상하는 수소에너지 산업
2021-12-08, 프랑스 파리무역관 곽미성
-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급부상
- 활용 가능한 기술 및 인프라 개발에 박차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유럽연합의 구체적인 실현 방향이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이를 주도하는 프랑스 역시 제시된 목표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 중 최근 들어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수소 에너지이다. 지난 10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투자전략 ‘France 2030’에서도 소형원자로와 더불어 수소에너지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 기관 및 기업에서도 참여한 프랑스 최대 수소산업전시회 ‘Hyvolution’(2021년 10월 27-28일 파리에서 개최) 역시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처럼 프랑스 내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프랑스 내에서 수소에너지와 관련된 이슈를 짚어보고자 한다.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로 부상한 수소에너지
수소에너지가 프랑스 정부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18년 3차 ‘미래투자전략(PIA 3)’에서부터이다. 2020년에는 포스트 코로나 경기부양책 ‘France Relance’의 일환으로 프랑스 환경부는 탈탄소 수소에너지 국가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오늘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한 해 평균 90만 톤 사용되는 수소에너지 중 탄소를 배출하는 수소에너지 비중이 약 90%로 현저히 높은 만큼, 탄소 배출량이 적은 수소 에너지로 전환하고 전체 수소 에너지 생산량 및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70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전략은 다음과 같은 목표와 우선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탈탄소 수소에너지 국가 전략 개요>
[자료: KOTRA 파리 무역관 자체제작]
이를 위해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Bpifrance, 에너지환경청 ADEME, 국토은행 Banque des Territoires 등이 나서서 각종 프로젝트 공모 및 지원금 지급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 및 지원 사례로는 2020년에 공모했던 전 국토에 산업 및 모빌리티 관련 수소에너지 에코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토 수소 허브(Hub)’ 구축 프로젝트, 2021년 유럽연합의 ‘공통이해관계 프로젝트(IPCEI)’ 중 배터리 개발 부문(탈탄소 수소에너지 생산을 위한 전기분해기 기가팩토리 건설 등)에서 프랑스에 할당된 15억 유로 규모 지원 등이 있다.
이어서 2021년에 발표된 ‘France 2030’ 국가 투자 전략에서는 수소 분야에만 19억 유로를 배정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프랑스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하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월 초 전기분해기 제작 기업 Genvia를 방문하면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분해기 연간 생산량을 2030년까지 50만 개로 끌어올리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프랑스에서는 수소에너지 개발 및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위와 같은 지원금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및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2019년 11월에 제정된 에너지-기후법(Loi énergie-climat)에 따라 2021년 2월 마련된 행정명령에서는 수소에너지 종류를 세분화하고 있다.
- 재생 수소에너지: 오로지 신재생 전기만을 사용하여 만든 수소
- 저탄소 수소에너지: 화석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로 만든 수소지만, 전기 발전 시 배출되는 탄소를 재활용을 위해 걸러내어 수소 1kg당 탄소 배출량(KgCO₂eq/KgH₂)이 재생 수소에너지의 기준을넘지 않는 수소
- 탄소 수소에너지: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로 만드는 그 밖의 수소
이는 기존에 녹색, 파랑색, 회색 등 색깔로 수소 에너지 종류를 구분하던 체계보다 명확하게 그 차이를 일반 소비자들이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규제 및 지원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일간지 Les Echos는 전했다.
기업들의 수소에너지 활용 계획 증가
본격적인 국가적 관심이 쏠리기 전부터 기업들은 수소에너지 활용 비중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특히 탄소 배출의 주범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교통 분야에서 수소에너지를 확대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 국철 SNCF는 지난 봄 지방 철도 TER에 투입하기 위해 전기와 수소를 사용하는 기차를 프랑스 운송 및 발전 설비 제조 기업 Alstom에 14대 주문했다고 밝혔다. TER 노선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6%를 여전히 디젤 연료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2025년까지 12~14대의 수소 기차를 투입하여 철도 분야에서의 CO₂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lstom과 맺은 계약은 약 1억9000만 유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Alstom의 푸파르-라파르주(Poupart-Lafarge) 대표는 주요 일간지 Les Echos와의 인터뷰에서 수소에너지야말로 1000km 이하 장거리 이동수단에 적합한 기술이며, 디젤과 가장 유사한 기능적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하면서 수소와 전기를 이용한 기차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일반 기차 제작 비용보다 약 15~20% 가량 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수소 열차 분야에서만큼은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격적인 개발 및 생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프랑스에서는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해상 및 육상 운송 수단 개발을 위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여럿 진행 중이다. Hynova 40(수소 에너지 요트), Fébus(수소 버스) 등의 모델에 이어 Airbus사 역시 100% 수소 연료로 운행하는 콘셉트의 비행기 3가지를 선보이고 2035년까지 상품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업 및 기관이 모여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기업 Genvia는 프랑스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 위원회 CEA, 파리에도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최대 유전서비스 업체 Schulumberger, 프랑스 건설 회사 Vinci, 프랑스 남부 지자체 Occitanie 등이 2021년 합작으로 세운 벤처기업으로 2025까지 전기분해기와 연료 전지의 개발 및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Genvia 설립에 참여한 건설회사 Vinci는 현재 자회사 Vinci Autoroutes를 통해 프랑스 남부 툴루즈 근처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 전용 수소 충전소를 시범 운영 중이며, 또 다른 자회사 Vinci Airports는 Airbus사와 협력하여 항공 운송수단에서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또한 스타트업 강국답게 수소에너지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 역시 다양하게 존재한다. 프랑스 국영전기회사 EDF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미래 에너지 개발에 앞장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EDF Pulse’를 운영 중이며, 6년 전부터는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하여 ‘Prix EDF Pulse’ 상을 수여해왔다. 이 중 수소에너지와 관련된 스타트업 기업으로는 Hysilabs을 꼽을 수 있다. 수소는 기체 상태로 저장 및 운반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는데, Hysilabs은 수소를 안전하게 실어 나를 수 있는 매개액체 탱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15년의 R&D를 거쳐 개발한 Hysilabs의 운반 탱크는 일반적인 기체 압축 방식보다 7배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위 기업은 2020년에 유럽연합의 연구 및 혁신 프로그램 펀드 지원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수소에너지의 생산부터 운반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 개발 외에도 일반 소비자들이 수소에너지를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에너지 회사 중 하나인 Engie는 수소 자동차를 위해 프랑스 전역에 2025년까지 50개의 수소 충전소, 2030년까지 100개의 수소 충전소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 중에 있다.
시장 전망 및 시사점
프랑스 국영 전기회사 EDF에서는 전기분해 수소가 탈탄소 경제를 이룩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분해 수소 생산의 경우 철강 산업처럼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분야 및 전체 CO₂ 배출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운송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중대형 모빌리티(디젤 기차, 버스, 수상 운송수단, 덤프트럭 등)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재생에너지이기 때문에 2050년까지 수소 에너지 시장은 400억 유로 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처럼 수소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어 전문가들 사이의 이견은 없어 보인다. Genvia사 측은 KOTRA 파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태양광 에너지 등 다른 신재생 에너지의 연간 생산량은 매년 1% 정도 증가하는 것에 비해 수소 에너지는 15%의 연간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수소 에너지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소 에너지의 생산 및 사용을 가능케하는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진정한 친환경 수소 에너지 생산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전기의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에 생산량이 적은 신재생에너지를 낭비없이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사용하는데 최적화된 시스템 구축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수소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전반의 사용량 증대를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이 동반돼야 한다. 컨설팅 기업 Wavestone의 시니어 컨설턴트 Dominique씨는 일간지 Les Echos와의 인터뷰에서 탈탄소 수소 활용 전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종종 디지털화의 문제에 대해 잊곤 하지만, 이 둘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수요를 충족하는 양의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최적화된 디지털 인텔리전시 시스템 구축이 앞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향한 유럽연합의 강력한 의지가 계속해서 세부적인 정책으로 구체화됨에 따라 프랑스 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기대감 역시 늘어가고 있으며, 이처럼 지속가능한 경제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 관련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다.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생산 외에도 디지털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보조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 역시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도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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