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형 모듈 원자로 SMR 개발현황
2021-12-31 러시아연방 모스크바무역관 최진형
- 러시아 SMR은 이동식 발전소나 전력망 낙후지에 주로 사용 -
- 안전성, 경제성, 사회적 인식, 환경 등이 고려된 검증이 큰 과제 -
소형 모듈 원자로(SMR)는 청정하고 안전하면서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로 세계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7개국이 70개 이상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 설계로 개발되고 있고,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소형 모듈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소형 모듈 원자로는 탄소중립 전환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수요는 커질 것이나 안정성과 경제성, 기술이 보다 검증되어야 한다.
SMR 개발 배경
가스 및 석탄 발전소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지속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2030년을 목표로 지속 가능 발전계획을 수립하였는데, 동 계획의 핵심으로 환경이 우선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탈탄소화 문제와 기후 변화 대응이 대표적인데,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미 45개국이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였거나 가까운 시일 내 도입 예정에 있다고 한다.
CBAM(탄소조정세)와 같이 탄소 배출권 거래 시스템은 현재로서는 가스 교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의 허용 배출 기준 초과시 탄소 배출 할당량을 타사에 판매할 수 있는 탄소 배출권 거래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는 탄소 배출권 선물거래도 이루어 지고 있다. 2021년 EU 의회가 가스 및 탄소에 대한 탄소세 법안을 통과했는데, 2023년부터 동 법안은 유럽 집행위원회에 의해 발효된다. 러시아도 관련하여 석유가스 수입에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아직 탄소배출권에 대한 가격 표준이 없다. 그러나 2021년부터 탄소 배출 및 제거를 위한 검사와 회계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사할린 주는 시범 지역으로 로드맵에 반영되었다. 이로서 사할린 주는 러시아 최초 탄소 지역으로 지정된 것이고 202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수립되었다. 사할린을 포함한 러시아의 탄소중립 로드맵으로는 SMR을 장착한 이동 원자력 발전소도 포함되었다. 특히 금, 다이아몬드, 희귀금속, 석유가스, 철광석 등의 개발지는 대량의 전력이 필요한데 동 개발지역은 대부분 외진 곳이기 때문에 접근성과 경제성으로는 동 SMR 이동 원자력 발전소가 우선적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SMR 개발 현황
일반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소형 또는 모듈식 원자료(SMR)를 최대 300메가와트 생산 원자로와 300~700 메가와트(중형) 생산 원자로로 구분한다. 한편 SMR은 개발 용이, 광범위한 적용, 상대적 안전성, 열병합 및 비전기적 적용 가능성 등의 다양한 이점으로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저출력 원자로로부터 SMR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1954년6월, 모스크바 근교 오브닌스크 시는 세계 최초로 5메가와트 원자력 발전소가 전력망에 연결되었다. 동 원자력 발전소는 48년 이상 운영된 바 있다. 이후 SMR이 원자력 추진 선박인 레닌 쇄빙선에 장착되어, 북극항로 개발과 북극 탐험에 쓰였다.
1975년~2020년 동안 러시아가 건조한 SMR 장착 쇄빙선은, Arctic, Siberia, Russia, Soviet Union, Taimyr, Vaigach, Yamal, Victory(50주년), Artika 등 총 9척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원자력 추진 쇄빙선 함대 보유 국가이다. 러시아 원자력 추진 쇄빙선은, 동계 평균온도가 영하 30도에서 하계 영상 7도 사이인 북극 항로에 최적화된 선박이다. 2019년 세계 유일한 SMR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었는데, 동년 12월부터 동 이동식 발전소가 추코트가(Chukotka)에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2020년5월, 러시아 최북단 페벡 시에도 동 발전소가 투입되었다. 3개의 원자로가 장착된 부유식 발전장치(FPU) 선박은 ‘아카데믹 로마노소프’로, 약 10만명 인구의 도시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고, 세계 최초 SMR 부유식 발전소이다.
아카데믹 로마노소프와 같은 SMR 장착 부유식 발전소의 성공적인 시운전으로, Rosatom(러 원자력청)에게는 SMR 생산 라인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Rosatom사는 RITM (원자로) 시리즈에 대한 SMR 제작 라인을 포함시켰다. RITM 동력로는 선박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Arktika(원자력 쇄빙선)는 차세대 원자로인 RITM-200을 장착하고 있다. 한편, RITM-200과 같은 SMR 장착 발전소는 지상에서도 이루어질 예정(2020년 결정)이고, 동 프로젝트 부지에서 2027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RITM 시리즈 원자로는 다기능적이어서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해수 담수화 플랜트에도 사용될 수 있다.
세계 개발현황과 러시아 입지
러시아 외에도, 아르헨티나, 영국, 중국, 대한민국, 미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저출력 원자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동 국가들은 자체적인 기술 솔루션, 비용 최적화 방법, 설계 프로세스, 저출력 원자력 발전소 인허가, 건설 프로젝트까지 총체적인 가치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동 국가들이 SMR 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UN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SMR 시장은 연 3.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2021년은 97억 달러에 이를 예정이다. 2026년은 11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듈화로 생산 비용 절감된다는 점에서도 성장 동력이되고 있다. 한편, 기저부하 전력 공급 방식(발전할 때 시간적 또는 계절적으로 변동하는 전 발전부하중 가장 낮은 경우의 연속적인 수요발전용량)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청정 에너지 공급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성장 모멘텀이 되고 있다.
글로벌 소형 모듈 원자로(SMR) 시장 동향
자료 :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2020년 독립형 SMR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형 SMR은 러시아 지방에서 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인데, 이는 일반 화석연료 발전기와 전력망 연결로 발생되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저부하 전력 공급 체계이기 때문에 노후화된 화석 연료 발전소를 교체하는데 가장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 전력과도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청정 에너지 공급에 대해 2조 달러를 투자하게 되는 미국을 중심으로 SMR 개발을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 EDF와 롤스로이스는 SMR 개발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현재 세계 30개국에서 가동 중인 약 400기의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 전력 공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설비 용량의 대부분은 서방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20년 동안 아시아 지역과 주요 개발도상으로 재분배될 전망이다. 프랑스, 일본, 미국은 현재까지 시장 선도국들이나, 원자력 발전소의 교체기간 도래 시 수명 연장 계획에 대한 불확실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SMR이 노후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들어 전기교환기, 석탄 발전소 터빈 등의 기반 설비를 활용하여 SMR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존 인프라 및 설비를 활용하여 SMR을 운행하면 기본 투자 비용이 절감되고, 게다가 가장 큰 인프라인 송배전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한편, 선박에 장착하게 되면 이동 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점으로 착안된 러시아의 아카데믹 로마노소프는, Rosatom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트해 조선소에서 건조되도록 설계되었다. 동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 개념으로 러시아 SMR 개발 사업은 더욱 활발해졌고, 현재 Rosatom사는 해상과 지상 변환이 가능한 차세대 SMR인 RITM-200을 개발하고 있다. 2030년부터 대량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러시아 RITM-200의 잠재적인 구매 국가는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알제리, 카보베르데, 아르헨티아로, 전력 및 담수화 장치 결합형으로 수출될 계획이다. 러시아는 운영책임으로 플랜트 소유권을 유지할 것이고 완제품에 한해서만 동 국가들에게 수출할 것이다. Rosatom은 열 담수화 기술 특화를 위해 전략 전문가 그룹을 구성했으며, 청정 담수가 부족한 국가들을 우선적으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편 글로벌 SMR 기술 개발 현황으로는, 롤스로이스와 TerraPower 사례가 대표적일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NuScale Power로 설계 투자하였고 TerraPower사는 빌게이츠 개인으로부터 SMR 개발로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약 70개의 SMR 기술 개발이 최근 몇 년전부터 더욱 활발해졌다고 한다. 2021년 초, 프랑스 회사 EDF는 화석 연료 발전기를 대체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SMR 글로벌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DF는 2022년 말까지 170MW 용량의 원자로 기본 설계를 완성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프랑스 정부의 시범 프로젝트로 SMR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러시아 발전 가능성 및 과제
러시아에서 SMR 개발에 있어 가장 큰 규제사항은, 설계 인증, 인허가(건설 및 운영 라이선스 등)이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허가는 환경단체, 정책 담당자, 대중 간의 이해차이가 크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전통적인 화석 연료 발전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보다 SMR 프로젝트 비용이 큰 이유는, 건설부터 폐기물 처리 기능까지 기본 설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NuScale사는 SMR는 방사성 물질을 소량으로 포함하고 있고 깊은 지하에 위치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 중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과 일반 전문가들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풍력, 태양광 등의 검증된 재생에너지와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천연가스 발전소와의 비교 시, SMR가 경쟁력이 있는지 여부를 타당성 있게 검증 작업도 과제로 남아있다. 게다가 소형 모듈이라는 점에서, 이동형 발전소와 거주지 인접 발전소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안전문제에 대한 대중 인식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1980년~1990년대 동안 원자력에너지기구(NEA) 회원국은 대대적인 원자력 건설을 중단시켰다. 최근 신규 건설 프로젝트 추진이 글로벌 공급망을 어느 정도 재 구축된 것은 사실이나 SMR과 같은 신기술 원자력 설비를 공급망에 쉽게 투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물론 미래 전략품목으로써 시장 유통이 한정적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개발자와 운영자, 유통자 간의 통합된 거래 형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SMR 설계부터 상용화(COTS) 솔루션 도입까지 공급 사슬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SMR은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이 사용된다는 것이 일반적이고, HALEU의 농축 레벨은 5%~19% 사이이다. 이는 글로벌 핵연료 공급망 표준에 아직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 폐쇄형 핵연료를 사용중인 국가들은 혼합 산화물(MOX)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SMR도 설계 중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국의 SMR 프로젝트
자료: KOTRA모스크바 무역관
시사점 및 현지 반응
원자력 발전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인식(정책) 차이와 국제사회(기구, 기관 등)의 규정과 규제 차이 등으로 SMR 기술개발은 사실상 큰 난제를 안고 있다. 다만 UN을 비롯한 각종 환경 단체들은 SMR을 미래형(차세대) 원자로로 평가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원자력 선진국인 러시아는 자체적인 기술개발과 상용화는 현재수준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 기존의 원자력 R&D 분야를 러시아와 같은 원자력 강국과 협력하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해 보다 호의적인 국가들이나 전력 낙후지 개발 프로젝트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다. 한편, SMR 설계는 적층 제조(3D)와 디지털 응용 기술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상용화 기술, 공급 가치 사슬 구축 마케팅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일부 국제에너지기구(NEA) 회원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경험 공유(Knowledge sharing) 플랫폼 구축도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이다.
AEM-Techonologies 사(Rosatom 기계 제조 계열사)의 Kotov 이사는,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할 국가는 러시아를 포함한 미국, 중국, 캐나다로 꼽았다. 일부 유럽 국가들도 원자력 발전소를 배제시키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의 주요 환경단체들도 원자력 에너지 포기는 2030년까지 연기하자고 제안했고, 폴란드는 아예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해 400억 달러를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바 있다. 한편, 영국은 16개 SMR 발전소 건설로 최대 20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계획대로 감축하려면 풍력과 태양광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AEM-Techonologies 사 정보에 따르면, 2021년 2월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 가지야마 히로시(Kajiyama Hiroshi)도 파이낸셜 타임즈 인터뷰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기여도를 강조했다고 한다. 2011년 후쿠시마 1호기 사고 이후, 전력 생산을 위해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했던 일본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결국 원자력 기술로 회귀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한전)는 2020년 8월 아부다비 바라카 원전에서 첫 원자로를 가동했으며, 3기의 원자로가 시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과 협력, 러시아는 ‘아카데믹 로마노소프’와 같은 수상 원자력 발전소(80MW 규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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