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원자력발전 현황 및 전망
2022-09-15 스웨덴 스톡홀롬무역관 이수정
- 원자력은 스웨덴 전력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제2의 전력원
- 최근 소형 모듈원자로 이슈 부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던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는 대체에너지 마련을 고심하고 있으며, 기존 추진하던 탈원전 정책도 보류하는 추세다. 한국 역시 최근 신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원자력발전이 힘을 얻으면서 국내외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웨덴의 원자력 발전 관련 정책과 현황, 전망을 통해 스웨덴 원전 시장을 살펴보기로 한다.
스웨덴 원자력발전 정책 및 변화
스웨덴은 지난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202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전면 폐기하기로 결정하는 등 기본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실시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비롯 철강, 제지, 방산, 제약, 각종 기계장비 등 제조업이 발달한 스웨덴은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대체에너지의 공급 부족으로 1980년 국민투표에서 결정한 원자력발전소 폐기를 수차례 연기했고 2010년 2월 결국 급진적 탈원전보다는 당분간 원자력과 제한적으로 공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원자력발전법을 개정했다.
원자력발전법 개정안은 원자력발전소 폐기법안의 폐지, 신규 대체 원자로 건설 허용(총원자로 수는 10기로 유지), 민간 주도의 원전 건설프로젝트 추진 및 원전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범위 확대 등을 통해 원자력발전 정책을 유지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후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 정부(스테판 뢰벤 전임 총리)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원자력발전소 폐기를 위해 집권 초기부터 원전세 도입 등 강력한 원전 조기 폐쇄 정책을 펼쳤지만,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급진적 탈원전 대신 원자로 10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다시 선회하게 됐다. 스테판 뢰벤 정부 당시 원전 조기 폐쇄 유도를 위해 실행했던 원전세(effect tax)도 2017년부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스웨덴 정부가 2040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에너지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특별한 변화가 없는한 스웨덴 원자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는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 의회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규정함에 따라(2022.7.6.) 변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웨덴 원자력발전소 현황
스웨덴의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동해안의 포스마르크(Forsmark), 오스카스함(Oskarshamn) 등 2곳과 서해안 지역인 링할스(Ringhals)에 소재한다. 당초 Oskarshamn, Forsmark, Ringhals, Barsebäck 등 4개 지역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었으나 사용연한이 다한 바세벡(Barsebäck) 발전소(링할스 원자력발전소 아래쪽 소재)의 원자로 2기를 1999년과 2005년에 각각 폐쇄함에 따라 현재는 Oskarshamn 원전의 1기, Forsmark 원전의 3기와 Ringhals 원전의 2기 등 3개 발전소에 6기의 원자로를 운영 중이다.
2020년 기준, 원자력발전은 스웨덴 전력 총생산량(159.5TWh)의 30%를 차지하는 전력원으로, 수력발전(45%)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 원자력발전소의 지역 분포도〉
[자료: 스웨덴 에너지청]
[자료: 스웨덴 에너지청]
스웨덴의 연도별 원자로 건설현황을 살펴보면, 1972년 스웨덴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Oskarshamn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1974년에 Oskarshamn 2호기, 1975~77년에 Ringhals 1, 2호기와 Barsebäck 1, 2호기 등 4기가 건설됐다. 1980년대에는 Forsmark 1, 2, 3호기 등 3기의 원자로와 Ringhals 3, 4호기, Oskarshamn 3호기가 건설돼 총 12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1999년부터 사용연한이 다 된 바세벡 원자로 1호기와 2호기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폐쇄(1999, 2005, 2015, 2017, 2019, 2020년까지 6기 폐쇄)함에 따라 원자로 12기 중 현재는 6기만 가동 중이다. 스웨덴의 원자력발전소 운영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스웨덴 원자력발전소 운영현황>
(단위: ㎿)
[자료: 스웨덴 에너지청, 관련업체 홈페이지]
(단위: ㎿)
[자료: 스웨덴 에너지청, 관련업체 홈페이지]
스웨덴 원자력 발전소 내 원자로 공급업체는 상기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ASEA Atom사와 Westinghouse Electric사 등 2개사가 독식하고 있다.
ASEA Atom사는 1969년 ASEA사의 원자력발전부서와 국영 원자력에너지사인 AB Atomenergi 테크닉부서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웨덴 유일의 핵원자로 생산업체이다. 1969년 스웨덴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Oskarshamn 1호기 공급을 시작으로 스웨덴 내 원자로 12기 중 9기(Oskarshamn 3기, Ringhals 1기, Forsmark 3기, Barsebäck 2기)와 핀란드 내 원자로 4기 중 2기를 건설했다. ASEA Atom사가 스웨덴에 건설한 원자로 9기 모두 비등수형 원자로(BWR) 타입이다. 또한 ASEA Atom사는 1966~1985년 북구 최대의 원자로 공급업체로 명성을 떨쳤고 1988년 ASEA사와 Brown Boveri사(스위스)의 합병으로 2000년까지 ABB Atom사로 불리다 이후 영국 Nuclear Fuel사와 Westinghouse사(미국)에 순차적으로 인수됐다.
Westinghouse Electric사는 미국 내 가동 원자로 중 가장 많은 49기를 건설한 미국 기업으로 전 세계 절반 가량에 원천기술을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웨덴에는 Ringhals 원자력발전소의 2,3,4호기 등 원자로 3기를 건설했고 원자로 3기 모두 가압경수로(PWR) 타입이다. 현재는 일본 도시바그룹 소유이다.
원자력 발전 시장의 새로운 이슈, 소형 모듈 원자로(SMR)
최근 글로벌 원자력발전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이슈로 소형 모듈원자로(SMR)를 들 수 있다. 소형 모듈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 대비 발전량은 1/4 수준(300㎿)이지만 원자로 건설비용과 전력 생산비용 모두 대형 원자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원전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형 모듈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형 모듈원자로는 일정물량 확보 시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성 및 채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개발단계로 양산가동을 시작한 소형 모듈원자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소형 모듈원자로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고 이외 최근 신규 원전계획을 발표한 네덜란드와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에서도 소형 모듈원자로 건설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은 최근 원전건설 계획을 발표한 원전 미보유국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를 대상으로 향후 원전 가동을 위한 핵심기량 교육프로그램 전수를 위한 협업기회를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스웨덴에서도 소형 모듈원자로에 대한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웨덴 국영 전력업체이자 스웨덴내 원자로 5기를 운영하는 Vattenfall사는 2022년 6월 ’소형 모듈원자로의 스웨덴 내 건설 가능성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소형 모듈원자로는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확대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안정적 전력 수급이 필요한 스웨덴 기간산업에서도 이전과 달리 미래형 소형 모듈원전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Vattenfall사가 발표한 소형 모듈원전(SMR) 검토계획은 스웨덴의 원자력법안 개정을 전제로 하며, 건설과 운영부문 전체에 대한 채산성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Vattenfall사는 ’소형 모듈원전에 대한 사전검토를 2023~2024년 진행하고 모든 조건이 만족할 경우 2030년 초반에 Ringhals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최소 2기의 소형 모듈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관련해 Kahshayar 에너지·디지털화 장관은 Vattenfall사의 SMR 가능성 검토 계획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법 개정이나 지침 변경 등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스웨덴 원자력관련법에서는 신규 원자로 건설은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지역(Ringhals, Oskarshamn, Forsmark 등 3곳)에 한해 노후 원자로 대체 시 최대 10기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 산업계에서는 전력 수요가 높은 스웨덴 전역에서 소형 모듈원자로(SMR) 건설이 가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역제한과 운영 원자로 수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11일 치러질 스웨덴 총선을 앞두고 현 집권여당인 사민당을 제외하고 자유당, 보수당, 기독민주당, 스웨덴민주당 등 우파 측이 SMR 건설에 찬성하고 있고, 자유당에서는 전력수요가 높은 스웨덴 북부지방(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 중) 등 전국 14개 지역에 SMR 건설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스웨덴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 시사점
이와 같은 논란 속에서도 스웨덴 디지털 전력공급업체인 Kärnfull Energi사(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온라인으로 판매)는 향후 소형 모듈원자로 신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ärnfull Energi사는 2022년 소형 모듈원자로 판매업체인 Kärnfull Next사를 요테보리에 설립하고 SMR 판매시장 진출 포부를 밝혔다. 소형 모듈원자로 판매시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시장이지만 동사는 현재 여러 지방정부 및 기업들과 활발하게 접촉해 SMR 설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현재 약 15기의 SMR 관심)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SMR 생산업체인 GE-Hitachi Nuclear Energy사와 협력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래 먹거리 시장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해당 사 관계자인 J. Ahlberg씨는 KOTRA 스톡홀름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원자력발전법이 개정될 경우 2032년부터는 스웨덴에서도 SMR 설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만큼 우리 기업들도 소형 모듈원자로 기술 개발을 통해 10년 뒤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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