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9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전력시장 내 기업용 녹색전력프로그램(Corporate Green Power Programme, 이하 CGPP)과 가상전력 구매계약(Virtual Power Purchase Agreement, 이하 VPPA)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GPP와 VPPA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녹색전력 조달방식으로 우리나라 역시 최근 도입한 바 있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말레이시아 내 CGPP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우리 기업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기업용 녹색전력프로그램(CGPP)과 가상전력 구매계약(VPPA)의 정의
녹색전력프로그램(CGPP)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2050년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 공표한 이니셔티브로 기업체가 사업 운영 시 재생에너지 사용 촉진과 사용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특히 ESG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태양광발전소(Solar Power Producer, 이하 SPP)와 전력 유틸리티 회사, 그리고 기업소비자(Corporate Consumer, 이하 CC)가 참가해 구성하는 가상전력 구매계약(VPPA)을 기본 메커니즘으로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에너지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 방식은 독립된 전력생산자(Indepenent Power Producer, IPP)와 국영 전력회사인 TNB가 생산된 전력을 거래하는 배전 라이선스 계약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발전소(SPP)가 태양광 발전(태양광 PV)으로 생산된 전기를 물리적으로 국가 전력망(TNB 소유)으로 송전하면 이러한 전기를 국영 전력사인 TNB가 최종 사용자/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반면 가상(Virtual) 개념이 도입된 VPPA의 경우 태양광 발전이 생성하는 물리적 에너지의 직접적인 전달 없이 최종 소비자는 지역의 전력 배전기업(TNB)으로부터 전기를 계속 공급받으며, 태양광발전소(SPP)는 생산한 녹색전력을 지역 전력 공급자에게 계속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물리적 에너지는 여전히 국영 전력회사인 TNB가 최종 기업소비자에게 전달하며, 기업 소비자는 해당 에너지에 대해 일반적인 시장요금으로 TNB에 계속 지불하게 되므로 CC와 TNB 간의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게 된다.
VPPA는 최종 기업 소비자와 재생전력 공급자인 태양광발전소(SPP)가 체결한 일종의 '재정 계약'으로 양 당사자가 먼저 가상전기 공급가격(고정가격)에 합의해 전기의 시장가격(System Marginal Price, SMP)이 고정가격보다 높을 경우 태양광발전소는 기업 소비자에게 두 가격의 차액을 지불하게 되고, 반면에 시장가격(SMP)이 고정가격보다 낮으면 소비자는 두 가격의 차액을 태양광발전소에 지불하게 된다. 고정가격과 SMP의 차액은 VPPA 정산에서 SPP와 소비자 간의 정산으로 간주되며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VPPA는 '차액 계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상에너지 구매계약(VPPA) 흐름도>
[자료: Information Guide For Corporate Green Power Programme(For Solar PV Plant), 말레이시아 에너지위원회]
가상전력 구매계약(VPPA)의 이점
태양광 발전 및 재생에너지 분야 내 VPPA의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은 아래와 같다.
1) 태양광 발전산업의 확대
VPPA를 통해 태양광 발전소 등의 재생전력 공급자들은 인근 지역 밖에 존재하는 기업고객과도 계약을 체결해 이윤 획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생산된 전기가 실제로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VPPA의 특성으로 인해 가능한 것으로, 기존의 PPA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비즈니스 기회를 VPPA가 제공해 준다고 볼 수 있다.
2) ESG 등 기업의 지속가능 목표 달성 촉진
VPPA가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는 공급자뿐만 아니라 기업 소비자들에게도 ESG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VPPA 체결 시 계약의 일환으로 기업 소비자는 소비자가 구매한 전기가 친환경 전력임을 인증하는 에너지 속성 인증서(Energy Attribute Certificates, EACs)를 SPP로부터 발급받아야 한다. 이러한 인증은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이미 에너지 생태계에 VPPA를 도입한 관할권 국가에서 사용되며 미국에서는 이러한 EAC를 '재생에너지 크레딧'이라고 부르고, 유럽 시장에서는 '원산지 보증'으로 부르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이와 유사한 인증이 재생에너지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REC)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현재 녹색 전기요금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EAC를 통해 소비자 기업은 해당 인증을 근거로 말레이시아 에너지위원회 및 증권위원회와 같은 관련 당국에 탄소배출량 감소를 보고할 수 있으며 ESG 경영 이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3) 말레이시아 재생에너지산업 발전에 기여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전력 생산의 80% 이상을 전통방식인 화력(석탄 및 가스)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비재생에너지원을 통한 전력 생산 비중이 높다. 국제적인 시류는 차치하고 말레이시아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이 유발하는 공해 등의 사회적 비용 등을 우려하며 국가산업 전반에 걸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핵심 과제로 선정해 이를 이행하고 있다. VPPA가 자리를 잡게 되면 태양광 산업 등 재생에너지 분야 내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유입돼 더 많은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을 유치하게 될 것이고 말레이시아 내 새롭고 다양한 태양광 프로젝트들이 촉진될 것이다. VPPA의 시행은 말레이시아 재생에너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말레이 국민에게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가격 및 리스크 헷징(Hedging)
VPPA 체결은 고정가격으로 이뤄지는 만큼 거래 당사자들의 재정적 헤징에 도움을 준다. 특히나 시장이 지속적으로 변동하는 경우 양 당사자에게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단, 말레이시아에서는 전기 가격이 에너지위원회(Energy Commission, EC)를 통해 결정되므로 VPPA의 헤징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비하게 나타날 수 있다. VPPA를 도입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VPPA의 헤지 효과가 덜한 것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VPPA의 메커니즘 상 여전히 전기 가격을 헤지하는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5) 슬리빙 수수료(Sleeving Fee) 등의 면제
슬리빙 수수료(Sleeving Fee)는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소(SPP)가 소비자 부지까지 지역그리드를 통해 송전 시 그리드 소유자가 부과하는 수수료이다. VPPA 특성상 태양광 발전소(SPP)가 직접 소비자가 소재한 부지까지 전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관계로 소비자 기업의 경우 해당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CGPP 참가 지원사항 및 주요 특징
CGPP는 2025년부터 상업적으로 운영될 에너지위원회의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으로 태양광발전소(녹색전력 공급자)와 기업 소비자(CC, 녹색전력 수요자) 자격으로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에너지 할당량 신청은 단일 구매자 웹사이트 https://www.singlebuyer.com.my에서 할 수 있으며 CGPP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포함된 'CGPP 정보 가이드'도 웹사이트 https://www.singlebuyer.com.my/files/Guide%20CGPP-%20April%202023ii.pdf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아래는 CGPP 참가 시 참고해야 할 주요 특징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에너지 할당량: CGPP는 총 800㎿의 할당량을 제공하며, 단일 구매자(Single Buyer)들의 수요에 따라 태양광 공급자(SPP)들이 신청할 수 있다.
2) 신청기간: 2022.11.7.~2023.12.31.(쿼터 가용 여부에 따라 조기 마감 가능)
3) 플랜트 규모: 각 발전소의 규모는 5~30㎿ 사이며 반드시 그린필드 프로젝트*여야 한다.
- 그린필드 프로젝트(Green Field Project): 새롭게 개발되는 산업 시설이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4) 플랜트 성격: 태양광 발전소(SPP)
5)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스템(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BESS): 각 플랜트의 경우 플랜트의 전체 에너지 출력 용량을 최소 한 시간 동안 문제 없이 지원할 수 있는 BESS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6) 운영개시일: 초기 600㎿의 경우 2025년부터 완료 및 개시될 예정이다.
7) 기업소비자(CC): 플랜트당 최대 3개소의 CC만 등록할 수 있으며 CC는 말레이시아 반도에 소재해야 하며(혹은 예정) TNB 고객이어야 한다.
태양광발전 사업자(SPP) 참가 자격 조건
다음은 CGPP에 SPP로 참여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이 준수해야 할 몇 가지 조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조건의 충족 여부는 프로그램에 SPP/컨소시엄이 프로그램 참가 신청서상 기입한 정보들로 입증해야 한다.
1) SPP의 지분 구조
참가를 희망하는 SPP는 말레이 시민권자의 지분 비중이 최소 51% 이상이어야 하며 외국인 지분의 경우 최대 49%까지만 허용된다. SPP가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경우 각 컨소시엄 구성원은 최소 10%, 대표 구성원은 최소 30% 지분을 말레이 시민권자가 보유해야 한다. 또한 SPP 또는 컨소시엄 구성원은 1㎿ 이상의 용량을 갖춘 태양광 발전소의 자금 조달, 개발 및 운영과 관련된 분야에서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대규모 태양광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CGPP는 태양광 발전소의 상업적 영업 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SPP의 주주명부와 지분 구조를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 재무 건전성
SPP 또는 SPP를 구성하려는 컨소시엄은 최소 1000만 링깃의 자산을 보유해야 하며, 각 컨소시엄 구성원은 최소 100만 링깃의 납입 자본금을 보유해야 한다.
3) 프로젝트 파이낸싱 약정
SPP 신청자는 충분한 자기자본으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비용의 나머지 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청자는 신청서에 부채 조달 부분에 대한 금융기관의 텀 시트가 포함된 지원 서한을 가지고 있음을 증빙해야 한다.
4) 토지 사용권
SPP/컨소시엄은 제안된 태양광 발전소의 부지 및 상호 연결 시설 경로를 확인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해야 한다.
5) VPPA
SPP/컨소시엄은 CC와 가상 에너지 공급을 위한 VPPA 또는 약정(예: 확약각서 형태)을 체결한 상태여야 한다. 에너지의 물리적 전달이 있는 일반적인 형태의 전력 구매 계약과 달리, CGPP의 계약은 에너지 및 환경 속성의 가상 판매 및 전달을 수반한다. 따라서 SPP는 평판이 좋은 자문사와 협력해 각 프로